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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그린 나이트] 한편의 동화책 같은, 매혹적인 영화

두고바바 2021. 11. 16. 17:30

안녕하세요! 오늘 소개드릴 영화는 원작 <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를 원작으로 한 영화 <그린 나이트>입니다! 이 영화는 사실 원작에 대한 사전 정보나 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영화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원작에 대한 간단한 정보와 영화 <그린 나이트>를 리뷰하려고 합니다.

 

 

영화 [그린 나이트] 리뷰

 

 

그린 나이트

2021

개봉 : 2021.08.05
장르 : 판타지/로맨스/멜로/드라마
국가 : 미국, 영국, 캐나다, 아일랜드
등급 :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 130분
감독 : 데이빗 로워리
출연 : 데브 파텔, 알리시아 비칸데르, 조엘 에저튼

 

 

줄거리


"녹색 기사의 목을 잘라 명예를 지켜라"

크리스마스이브,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 앞에 나타난 녹색 기사,
"가장 용맹한 자, 나의 목을 내리치면 명예와 재물을 주겠다"라고 제안한다.
단, 1년 후 녹색 예배당에 찾아와 똑같이 자신의 도끼날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아서왕의 조카 가웨인은 도전에 응하게 되고
1년 후, 5가지 고난의 관문을 거치는 여정을 시작하게된다.

 

 

 

원작 내용

 

전반적인 영화 이해를 위해서는 어느정도 원작을 숙지해야 한다.

영화의 원작인 <가웨인 경과 녹색기사>는 중세 영미 문학의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로 특유의 판타지적 요소 덕에 많은 이들을 사로잡은 이야기다. '가웨인'은 '아서왕'의 조카로, 원탁의 기사들 중 랜슬롯과 함께 중세 기사의 모범적인 인물로 꼽힌다. 14세기경 카멜롯 궁에서 아서왕과 가웨인을 포함한 원탁의 기사들이 크리스마스 연회를 즐기던 중, 녹색의 기사가 나타나서 목을 자르는 게임을 제안한다. 그 내용은 자신의 목을 내려치는 기사에게는 그에 맞는 명예가 주어지는 대신, 1년 뒤 자신이 있는 녹색 교회로 와서 똑같이 녹색의 기사에게 목을 잘려야 한다는 것. 이에 가웨인 경이 응하고, 녹색의 기사는 자신의 목을 손으로 든 채 자취를 감춘다.

 

1년이 지나고 가웨인 경은 녹색의 기사가 제안한 내용에 따라 녹색 교회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그는 여정 도중 어느 성에 들러 성주와 그 아내를 만나는데, 성주는 그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대신 그가 성에서 얻은 것을 자신에게 주는 교환을 제안한다. 이에 응한 가웨인은 성에 머물면서 성주의 아내에게 유혹을 받고, 그녀와의 관계를 거절하는 대신 키스와 함께 녹색 복대를 받는다. 복대는 그의 목숨을 지켜준다는 미신이 담긴 물건이었다. 가웨인 경은 자신이 성에서 받은 것인 키스를 성주에게 그대로 하고 떠난다. 복대를 찬 채로 가웨인은 녹색 교회로 가 녹색의 기사를 만난다. 녹색의 기사는 가웨인의 목을 치는 대신 게임의 진상을 밝힌다.

 

이 게임은 원탁의 기사들을 시험하기 위해 기네비어 왕비를 증오한 마녀가 꾸민 일이었다. 성주의 정체가 변신한 마녀이고 성주의 아내가 복대를 준 것도 자신이 시켜서였다. 이야기를 마침 녹색의 기사는 목숨을 지키려 복대를 찬 사실을 숨긴 가웨인을 이해한다고 그를 보내준다. 가웨인은 이에 수치심을 느끼고 카멜롯으로 귀환한 이후에도 복대를 계속 차고 다니게 된다.

 

 

 

 

영화의 각색 방향

 

위에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린 나이트>는 크게 명예, 인간의 유한함, 성장이라는 세 가지 주제에 주목한다.
원작의 주제, 즉 기사도라는 용어로도 표현 가능한 명예와 인간의 유한함은 영화에서도 핵심적인 근간을 이룬다.
그런데 영화는 각색하는 과정에서 가웨인이라는 인물의 심정과 변화에 주목하고, 이로부터 성장이라는 추가적인 소재를 발굴한다. 이로 인해 영화는 원작과는 약간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된다.

 

 

 

명예

 

영화에서 가웨인은 원작에서와 달리 자유롭고 방황하는 이미지로 탈바꿈한다.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이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연회에 참여하는 가웨인은 아서왕과 독대를 하게 되고, 아서왕은 가웨인에게 그 당시 기사들의 명예의 상징이었던 무용담을 들려달라고 한다. 하지만 자유롭고 방탕하게 살아왔던 가웨인에게는 무용담 같은 건 없었다. 그때, 녹색의 기사가 찾아와 내기를 제안하고 가웨인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그 내기에 응하게 되지만 그는 곧 후회와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인간의 유한함

 

명예를 위해 내기에 응한 가웨인은 1년 동안 기사들의 이야깃거리가 되며 명예를 누리지만 시간이 갈수록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가웨인의 여정 내내 그를 괴롭히게 된다. 가웨인은 여정에 있어 회유, 강도, 유혹 등 끊임없이 중단할 기회가 주어지며 갈등을 겪게 되고, 점점 피폐해지는 그의 정신을 영화는 판타지적으로 잘 묘사한다. 예를 들자면 유령의 부탁으로 해골을 가져오는 장면은 죽음 앞에서 망설이는 그의 심정을 드러내고, 거인에게 동행을 요청하는 장면은 끝없는 도보의 고단함에서 벗어나고픈 그의 심정을 드러내며, 인간의 말을 하는 여우는 내기를 회피하고픈 그의 심정을 드러낸다.

이런 판타지적 상징들은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가웨인의 상상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인상을 심어주며 영화의 미학적 완성도를 높여준다. 또한 끊임없이 흔들리는 눈빛과 맥없이 쓰러지는 데브 파텔의 연기는 가웨인이 느꼈을 고통을 관객이 공감케 한다.

 

 

 

성장

 

긴 여정 끝에 가웨인은 녹색 교회에 도달하고, 녹색의 기사는 약속했던 대로 목을 내놓기를 요구한다. 종착지에 도착한 가웨인은 고뇌에 빠지게 되는데, 이는 인간의 유한함 즉 죽어야만 하는 운명 때문이다. 그러나 가웨인의 예지는 명예와 인간의 유한함이 가니는 진정한 의미를 관객에게 묻는다. 도전에 성공하고 살아남음으로써 주어지는 타인의 인정, 부, 권력은 그 순간에는 달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결국 더 큰 것을 탐하고픈 욕망으로 돌변하고 이는 가웨인을 자멸로 몰아넣는다. 명예는 타인의 인정으로부터 오지 않고 인간의 유한함은 거부할 것이 아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 순간 가웨인은 예지에서 깨어나 자신의 복대를 푼다. 이는 목숨에 대한 집착, 인간의 유한함을 회피하기 위한 주술적 도구, 나아가 명예를 쟁취하기 위한 도구를 의미한다.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목숨을 내놓겠다는 의미이다. 즉 죽음에 이를 운명임을 받아들이고 약속을 지키는 정직함을 선택하여 두려움을 넘어서는 도전을 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 순간 가웨인은 원작과는 다르게 성장한다. 원작에서 가웨인은 복대를 포기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순응한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복대를 포기하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 성장한 것이다.

 

 

총평

 

상당히 매혹적인 미장센과 이야기. 마치 먼지 덮인 동화책을 보는 기분이랄까..

첫 관람 땐 원작에 대한 사전 정보나 지식 없었어서 당황스러웠지만,  충분히 알아보고 다시 봤을 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작품이다.